화요일부터 서울에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그나마 빗줄기가 줄었지만 어제까지는 태풍 때보다 비가 더 많이 온 것 같다.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특정 음식들이 생각나곤 한다. 특히 만들 때 빗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음식들 말이다. 비 오는 날엔 지글지글 부침개도 좋지만 보글보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뜨끈한 국물요리도 으뜸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간 맛집 양재의 ‘한국순대’. 한국순대는 24시간 쉬지 않고 열려 있으니 언제든 찾아가서 맛있는 국밥을 먹고 올 수 있어 참 좋다. 식사시간에는 붐벼서 항상 늦은 시간 방문을 했는데 새벽에도 테이블이 꽉 차는 맛집 한국순대!
나는 원래 돼지국밥, 순댓국, 감자탕 등 돼지고기로 만든 국물 요리를 잘 먹지 못했다. 유독 육향에 예민해서 고기요리라고는 구운 소고기 외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내가 요즘엔 감자탕도 먹고 순댓국도 먹을 줄 아는 먹잘알이 되어가고 있다. 대신 검증이 된 집에서만 먹는다는 점. 공연을 하고 뒤풀이를 할 때면 막차로 종종 감자탕집이나 순댓국집에 가 술국이나 해장국을 시켜 먹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빈 젓가락만 빨며 깡술을 들이켰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일 년 전쯤 지인이 양재동에 정말 맛있는 순댓국집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바로 한국순대. 난 국물에 빠진 순대도 싫고 돼지고기 국물이 싫다며 그리도 손사래를 쳤었다. 결국 첫 방문 때는 순댓국은 도전하지 못하고 접시순대만 좀 집어 먹었다. 순대를 집어 먹다가 지인이 시켜놓은 순댓국을 한두 입 뺏어 맛을 봤는데 오오~~ 괜찮아 괜찮아! 그래서 두 번째 방문부터는 나도 순댓국을 먹을 줄 아는 여자가 되었다. ㅎㅎ 유독 고깃국물에 예민한 나이기 때문에 내가 맛있게 먹은 순댓국이라면 누구라도 잘 먹을 수 있다.
| 한국순대 정보
주소 :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35길 4 원빌딩 1층 2층
전화번호 : 02-573-3550
영업시간 :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한국순대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는 곳이 다른 곳에도 있겠지만 로고에 돝랑이라고 적혀있는 곳이 내가 소개하는 원조 한국순대이다. 생생정보통에도 소개된 맛집이니 믿고 와보시길..
한국순대의 벽면에는 보이는 것처럼 유명인들의 사인이 많다. 사인들 들여다보면 현주엽 씨도 다녀갔던데 먹신인 현주엽이 다녀갔으면 분명한 맛집으로 인정!!!
| 한국순대 메뉴
사진을 찍을 때 분명 다 나오게 찍은 것 같은데 집에 와서 보니 잘려있다. 그래도 정보 전달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니 못 나온 사진을 그대로 올리기로 한다. 사진 오른쪽에 합석 어쩌고 저쩌고 적혀있는 팻말이 보이는데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한국순대에 가면 매우 붐벼서 웨이팅을 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기에 인원이 적거나 가능할 때는 합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 가운데 아크릴 판막이가 있으니 많이 불편하지는 않고, 한편으론 정과 배려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한국순대의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든다고 한다. 순대를 떼어와서 익혀 파는 것이 아니라 매일 고기를 삶고, 매주 두 번 직접 순대를 좋은 재료로 만든다고 하니 믿고 먹을 수 있다. 또, 생순대를 판매하고 있어서 구매하여 집에서 찜통에만 찌면 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순대맛을 볼 수 있다.
| 한국순대 음식
한국순대의 테이블 한쪽에는 유일한 반찬 깍두기가 있다. 섞박지처럼 큼지막하게 잘라 담은 깍두기. 그리고 그 옆 양념통들에는 소금, 후추, 새우젓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먹어본 결과 순댓국은 싱거울 때 소금을 넣는 것보다 새우젓을 살짝 넣는 것이 간도 잘 맞으면서 새우의 감칠맛이 돌아 더 맛나다. 뜨거운 국물과 섞이면서 젓갈 특유의 비린 맛은 없어지니 걱정 없다.
따로 가져다준 접시에 깍두기를 먹을 만큼 덜어 먹는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한꺼번에 욕심내서 덜지 말고 조금씩 덜어 먹는다. 고추와 양파, 쌈장은 따로 갖다 주신다. 매운걸 잘 못 먹어서 생양파와 고추는 잘 안 먹는데 지인 피셜로는 순댓국을 생양파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한다. 나는 깍두기로 만족.🙂 깍두기도 양념이 진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국밥과 먹기 딱 좋도록 적당히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맛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국밥집이나 설렁탕집 스타일의 깍두기 너무 좋아. 고깃국물로 느끼해진 입 안을 상큼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필수 반찬이다.
순댓국은 기본적으로 하얗고 뽀얀 국물에 다대기를 넣어 주는데 다대기를 덜어낼 사람들은 나오자마자 건져내야지 아니면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나는 최대한 고기의 냄새가 덜 나게 해야하니 받은 다대기는 몽땅 풀어 먹는 편. 다대기 자체가 많이 맵지 않아 다 풀어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뽀얀 국물은 먹다보면 느끼해질 수 있는데 다대기를 풀면 느끼함이 싹 사라진다.
비 오는 날에도 어울리고 순댓국에도 딱인 막걸리도 한잔 걸쳐주고. 한국순대를 갈 때마다 거의 공식처럼 시키는 막걸리. 시큼 달큼한 맛이 묵직한 순댓국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음식 먹을 때 페어링만큼은 매우 자신 있으니 꼭 함께 드시길.
순댓국에 다대기를 풀어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하고 수저로 휘휘 저어보니 고기와 통통한 순대가 한가득이다. 우리가 시킨 것은 순댓국 보통인데 특으로 시키면 고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하지만 먹는 양이 엄청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으로도 충분함 이상으로 배가 부르다. 고기의 두께도 얇지 않고 도톰하게 썰어내어 더욱 푸짐하다. 또, 마음에 드는 것은 순대가 당면이 잔뜩 들어간 찰순대가 아닌 선지와 채소를 채워 만든 순대라는 점. 찰순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신의주찹쌀순대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은 선지를 채운 순대를 매주 두 번 직접 만든다고 한다. 선지가 들어간 순대이지만 피냄새나 비린 맛은 일도 없다. 고기도 직접 삶은 머릿고기라고 하는데 부위가 조금씩 달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초보자인 내가 순댓국을 맛있게 먹는 법. 나처럼 고기국밥류를 즐기지 않는 분들은 이렇게 먹어보면 쉽게 먹을 수 있다.
국물에 다대기를 모두 풀어 육향을 최대한 중화시킨다. 한국순대는 잡내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확실하게 육향을 잡아준다. 순대는 너무 뜨거우니 밥공기 뚜껑에 덜어 놓는다. 한쪽에 새우젓을 조금 덜어 순대에 새우젓 한 마리를 올려 먹고, 깍두기 한 입 먹고. 고기도 새우젓 하나 올려 먹고 또 깍두기 한 입 먹고. 중간중간 국물도 떠먹어주고. 이렇게 고기와 순대를 건져먹고 밥을 먹을 때는 국물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새우젓을 아주 조금만 섞어준다. 그리고 그 국물에 밥을 말아서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좋다. 그렇지만 나는 국물에 말아먹는 스타일은 아니라 밥과 국물을 따로 먹었다. 국밥 초보자인 거 너무 티 나나? ㅋㅋ
순댓국 초보자라 난 아직 이렇게밖에 못 즐기지만 이렇게라도 새로운 음식에 자꾸 도전하는 것이 즐겁다. 이곳 한국순대의 순댓국은 정말 지방제거를 잘했는지 국물이 깔끔하고 잡내하나 없다. 고기도 손질이 매우 잘되어 까탈스러운 사람이 먹어도 만족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젊은 여성분들이나 커플손님도 굉장히 많은 곳이다. 서울 3대 순댓국 맛집이라는 청담의 농민백암순대와 을지로의 청와옥 잠실분점에 가서 먹어본 적 있는데 한국순대가 더 맛있다. 서울 3대는 누가 정한 건지 다시 정해야 할 듯싶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까지 비 오는 날이 꽤 많던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보글보글 뜨끈한 순댓국 한 뚝배기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드시러 한국순대에 방문해 보시길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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