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나 기분 내고 싶은 날 가끔 파인다이닝을 방문하는데 그중에서도 모던 한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슐랭 2 스타 정식당을 소개해보려 한다. 인당 가격이 높아서 자주 찾기는 어려운 곳이지만, 내가 손에 꼽는 파인다이닝 맛집이기도 하다.
사실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났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로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이야.. 시간이 지났기에 현재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청담 한식 파인다이닝 정식당
| 정식당 위치 및 기본 정보
주소 : 청담동 83-24
전화번호 : 02-517-4654
영업시간 : 12:00-22:00 (15:00-17:30 브레이크타임 / 연중무휴)
주차 : 건물 앞 발렛 부스에 차를 맡길 수 있다. (발렛비 5000원)
예약 : 캐치테이블이 가능하다.
캐치테이블에서 매일 오전 11시 한달 단위의 예약을 받는데 워낙 빨리 마감이 되어서 원하는 날짜 예약이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지만, 예약이 꽉 찼을 때도 포기하지 말고 대기를 해 두면 종종 취소 자리가 나오니 기다려보자.
정식당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쓴다. 1층은 카페, 2층은 정식당 홀, 3층은 룸으로 나뉜다. 예약을 하고 도착해서 1층 카페에서 대기하면 안내를 해 준다.
정식당은 뉴욕과 서울 두 군데의 지점이 있는데 뉴욕에서 한식당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 22 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뉴욕 여행 때 그곳의 정식당을 가보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려 미슐랭 22 스타의 파인다이닝을 내가 사는 서울의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사실 정식당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호기심에서였다.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이라… 한식을 어떻게 파인다이닝으로 풀어낼지가 가장 궁금해서였는데 첫 방문 당시에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만족했기에 가끔 들르게 되는 듯하다. 요즘은 한식을 기반으로 하는 파인다이닝들이 제법 생기긴 했지만, 정식당이 아직 까지는 원조, 원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 정식당 메뉴
이날은 정식당의 디너를 예약해서 방문했다. 와인 페어링이 가능하지만, 이날은 운전을 해야 했기에 와인 페어링을 힘겹게 참아냈다. 이 훌륭한 음식에 맛있는 와인 한잔할 수 없다니..
첫 음식으로 반찬이 나온다. 한식이 모티브가 되는 다이닝 코스라 이름을 반찬으로 했다는 것이 썩 맘에 든다. 반찬은 어뮤즈부쉬(식전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의 개념으로 5가지가 한꺼번에 서빙되는데 가운데 ‘썬드라이 토마토 브리오슈’부터 시계방향으로 먹으면 된다. 썬드라이 토마토 브리오슈는 브리오슈 빵을 이용한 브루스케타 같은 애피타이저였는데 시큼 달큼한 토마토 맛이 첫 스타트로 입맛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사진 중앙에서 세 번째 있는 관자 타르트도 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바삭 고소한 타르트지 위에 쫀득한 관자를 올릴 생각을 어찌했는지 셰프들은 대단히 창의적인 것 같다. 그 밖에 오징어먹물 아란치니에도 볶은 김치 치즈 리조또에 백김치를 더해서 튀긴 음식이지만 김치의 상큼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반찬의 마지막 루꼴라 소르베를 먹으면 본격적으로 식사를 할 준비가 된 것이다. 식전 반찬만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데 본 코스는 얼마나 훌륭하겠는가.
캐비어가 서빙되었다. 알이 잔잔한 캐비어가 아니라 꽤나 큼직한 칼루가 캐비어였다. 단새우와 다시마 간장 젤리와 곁들여 먹는데 자개로 된 앙증맞은 숟가락마저 음식 맛을 높여주는 듯했다.. 이런 것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 써주는 것이 파인다이닝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단새우와 캐비어.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이 만났으니 무조건 맛있는 맛이다. 간장 젤리와 캐비어의 짭짤함과 단새우의 달콤함이 아주 잘 어울렸다.
전복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조리되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전에 먹은 캐비어가 너무 강렬해서 전복은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다.
정식당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밥 등장. 추가 주문을 하면 소고기가 들어간 김밥이 나오는데 나는 코스 안에 포함된 생참치가 올라간 김밥이 더 좋다. 일반 김밥의 식감이 아닌 부각 같은 바삭하고 달콤 고소한 김으로 싼 김밥에 제공된 핀셋으로 참치를 올려 함께 먹는다. 너무 맛있다. 정식당을 처음 방문하실 분들은 무조건 김밥은 추가해 드시길 추천드린다. 핀셋과 손에 묻지 않도록 유산지와 집게로 말아낸 것까지 너무 섬세하다.
그다음 음식은 보양식. 닭가슴살과 능이버섯을 얹은 백숙 같은 국물 요리였는데 퍽퍽할 것 같은 닭가슴살이 엄청 부드러웠다. 능이의 향도 좋았고 맑은 국물이라 담백하면서도 진했다.
농어요리가 나왔다. 이날 모든 코스 중에 나의 원픽이다. 겉은 크리스피해서 바사삭 입을 닫는 순간 촉촉한 속살이 사르르 녹는다. 접시 옆에 작은 병은 들기름인데 기호에 맞게 뿌려 먹는다. 나는 들기름을 좋아하기도 하고 농어 위에 얹어진 어란이 짠맛에 강하니 다 뿌려서 먹었다. 생선과 어란, 들기름의 조화가 정말 이날의 베스트였다. 또 먹고 싶고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
메인은 원래는 보쌈이 나오는데 나는 추가금을 내고 한우를 선택했다. 잘 구워진 한우 안심 스테이크와 버섯이 가니쉬로 나온다. 이것저것 멋 부리지 않고 간결해서 오히려 좋다. 정식당은 스테이크를 먹기 전 나이프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시크한 블랙! 각기 다른 나무 손잡이로 된 나이프를 고르는 것도 식사 중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였다.
멜론 소르베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이제 디저트들을 먹을 차례!!!
먼저 그 유명하고 유명한 돌하르방 케이크.
보기엔 그저 장식품 같지만, 저 디테일한 돌하르방이 케이크라는 사실! 구멍이 송송 뚫린 퐁신하고 가벼운 케이크의 질감으로 사진 찍기에 좋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달콤하고 맛은 있었지만 좀 더 묵직한 식감의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맛에서 특별한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파인다이닝답게 디저트도 코스로 나온다.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실 듯하다. 우린 언제나 밥 배와 빵 배는 따로 있으니까. 다음으로 나온 디저트는 뉴욕-서울.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뉴욕-서울이 더 맛있다.
마지막으로 해피앤딩콘과 다과, 차나 커피가 나오면 길고 긴 식사가 끝난다. 화분처럼 생긴 해피앤딩콘은 콘을 뽑아서 아이스크림처럼 들고 먹을 수 있다. 초코는 역시 배신을 안 하는 맛이다. 마지막 다과에서도 마카롱과 약과를 함께 내놓는 것이 퓨전 한식의 공식을 끝까지 잘 지킨 듯하다.
자주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식당이지만 가끔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듯하다. 다음에 또 방문할 때도 새로운 디쉬들로 더 만족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신나는 마음으로 만족스러움을 포스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2023.07.06 - [미식_place] - [맛집 추천-통영 맛집] 통영 다찌 대추나무 이모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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