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그새 또 추워졌다. 이런 날은 연인 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실내에서 맛있는 안주에 더 맛있는 술을 곁들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요즘 나는 여러 가지 전통주를 맛보는 것에 푹 빠져 있는데 나와 비슷한 분들에게 딱인 곳을 소개하려 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획’. 전통주 맛집에 한 획을 긋겠다는 의미인지 아무튼 이름에서부터 아우라가 느껴진다.
| 가로수길 ‘획’ 정보
주소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156길 31
전화번호 : 0507-1382-8332
영업시간 : 화-목 17:00-23:00
금, 토 17:00-01:00
일 17:00-10:3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영업시간이 들쑥날쑥하니 방문하는 요일의 클로징 시간을 꼭 확인하고 방문하자.
| 가로수길 ‘획’ 메뉴
획은 무국적 요리를 파는 곳이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을 기반으로 메인 요리들을 맛있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메인요리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특색이 있다. 늘 숙회로 만나던 문어를 콩피(저온 기름에 조리하는 방법)로 요리하는가 하면, 바닷가 포장마차에서 먹던 참소라를 푸아그라와 함께 요리해 내기도 한다. 거기에다 사이드로 샐러드를 먹을 수도 있고, 된장술밥 하나면 안주와 해장까지 만사 OK이다.
주류는 전통주와 와인을 필두로 소주, 맥주까지 있는데 주류 리스트를 보면 전통주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생각이다. 종류가 매우 다양하니 안주에 맞춰 하나씩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주 방문해서 전통주 도장 깨기 도전? ㅎㅎ 한동안 몰트위스키를 파는 간판도 없는 작은 바들이 유행을 했었고, 그 시절이 지나서는 내추럴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 하는 곳이 유행을 하더니 이제는 전통주가 유행인가 보다. 전통주를 앞세운 매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참 바람직한 행보인 것 같다. 위스키도 비싸고, 와인도 비쌀 바에 우리 술을 먹는 게 낫지!
| 가로수길 ‘획’ 음식
• 중화풍 가지튀김
모인 인원들이 만장일치로 먹고 싶어 했던 메뉴, 중화풍 가지튀김. 중화풍이라 해서 가지를 튀겨서 소스에 버무려 나올 줄 알았는데 바삭하게 튀긴 가지 위에 깐풍소스로 볶은 양파가 소복하게 얹어 나온다. 소스가 흥건하면 눅눅하고, 가지의 특성 때문에 물러서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을 텐데 질척하지 않게 볶은 양파가 얹어 나오니 곁들여 먹기 좋았다. 거기에 쪽파까지 함께 먹으면 튀김의 느낌함을 중화시킬 수 있었다.
집에서 가지를 튀기면 종종 기름을 많이 머금어서 느끼한 튀김이 되곤 하는데 획의 가지튀김은 겉바속촉 그 자체. 달콤한 소스였다면 물려서 금방 질려 버렸을 텐데 고추기름의 매콤함이 더해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고흥 유자주
중화풍 가지튀김과 함께 마신 고흥 유자주. 예전부터 한 번 마셔보고 싶던 전통주였는데 드디어 맛을 봤다. 100% 유자와 쌀로 빚은 술이라고 하는데 도수가 많이 세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향기로운 유자향이 취할 새도 없이 자꾸만 술잔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과일주는 알코올 맛이 강하면 거부감이 드는데 고흥 유자주는 그렇지 않고 상큼 달콤함이 가득한 말 그대로 유자주였다. 가지튀김과 궁합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문어콩피나 부라타치즈&방울토마토같이 단순하고 깔끔한 맛의 안주와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중화풍 가지튀김엔 독주를 먹을 걸 그랬어…
• 칠리크리미 뇨끼
수제 뇨끼를 칠리크림, 깻잎오일, 흑임자 크럼블을 곁들였다. 칠리크림이라고 해서 매운 로제의 느낌은 아니고, 살짝 매콤함이 더해진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의 뇨끼였다. 수제 뇨끼도 푸석하지 않고 적당히 쫄깃한 맛이 살아 있었고 크기 또한 적당히 큼지막하고 통통해서 한입에 넣으면 다람쥐처럼 먹을 수 있다. 달콤 고소한 크림의 요리라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약간의 매콤함과 깻잎채가 느끼함을 없애준다. 중간중간 톡톡 터지는 흑임자의 식감도 좋다. 단, 데이트 중이라면 치아에 깻잎과 흑임자가 껴있지는 않은지 중간에 몰래몰래 확인할 것. ㅎㅎ
• 사랑할 때(사과주)
모인 친구들 중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있어 축하의 의미로 주문했던 사랑할 때. 충주 사과로 만든 사과주이다. 알코올 함량이 12% 이지만 생각보다 강한 맛이다. 요리와 술의 매칭이 바뀐 것 같은 느낌… 차라리 가지에 사과주를 마시고, 뇨끼에 유자주를 마셨어야 궁합이 더 좋았을 텐데… 사과의 향이 나는 약주였지만 알코올의 향이 꽤 강해서 증류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사과의 달달함 뿐 아니라 상큼한 향까지 더해졌으면 훨씬 맛있는 술이었을 텐데 사과의 달콤한 향만 가득해서 맛의 밸런스가 아쉬운 술이었다. 알코올 함량에 비해서는 강한 맛이 나니 자극적인 안주와 잘 어울릴 것 같다. 매콤한 안주와 먹으면 마리아주가 좋을 듯.
| 총평
전통주에 관심 있는 분들, 일반 술집의 뻔한 안주가 지겨운 분들, 여친이 마음에 들어 할 데이트 코스를 생각하는 분들은 방문한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다만, 다양한 술의 종류에 비해 안주의 가짓수가 너무 적어서 술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각기 다른데 페어링의 폭이 너무 좁아 아쉽다. 이렇게 저렇게 곁들여 먹어보고 싶은데 하나의 안주에 두어 개 이상의 술을 곁들여야 어느 정도 짝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술을 많이 마시게 하려는 전략인 건가? ㅎㅎ 추후에는 안주의 종류가 더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찍기 좋아하고, 멋있는 안주에 맛있는 술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데려가면 그날의 데이트 성공이다! 여친과 분위기 좋은 곳에서 꽁냥꽁냥 데이트 하고, 예쁨도 두둑하게 받으시길~~~
데이트하기 좋은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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