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아주아주 맛있는 이자카야에 다녀왔다. 그 이름은 바로 '모락'. 이자카야라는 말보다는 퓨전 일식 레스토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음식의 퀄리티가 좋았다. 이런 숨은 맛집은 나만 알고 싶지만 그래도 소개해 보는 걸로. ^^
암사시장 근처는 갈 때마다 새롭다. 같은 서울인데도 뭔가 서울 같지 않은 느낌도 들고, 곳곳에 맛집도 많고 내가 방문했던 곳마다 인심도 좋았다. 암사동 하면 좀 먼 동네, 또는 선사유적지만 생각했었는데 친구들 따라 암사 맛집들을 방문하고 그 이후 부터는 종종 찾아오곤 한다.
주말이라 친구들과 한 잔 하기 위해 만났는데 친구가 너무너무 추천하는 곳이라며 칭찬 일색이어서 들렀던 모락. 전혀 술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비주얼의 건물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과 어울리지 않은 깔끔함과 모던함이랄까. ‘이자카야가 맛있어봐야 뭐 술집이지’라고 생각하며 입장했다.
| 모락 정보
주소: 서울 강동구 상암로 20 104호 모락
전화번호 : 0507-1320-9689
영업시간 : 화-일 17:30-00:30
(23:30 라스트오더), 매주 월요일 휴무
| 모락 메뉴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코팅된 메뉴판이 나왔다. 메뉴가 다양해 보였는데 일반 이자카야에 있는 뻔한 메뉴라기보다 퓨전 일식에 가까운 메뉴들이 많았다. 전복내장빠다야끼, 차돌비빔면, 갈치파스타 등등. 신박한 메뉴도 많고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메뉴판이었다. 그중 우리가 고른 메뉴는 토마토해물나베, 갈치파스타, 고등어봉초밥, 크림치즈크로켓.
| 모락의 음식들
• 호라이 조센
이자카야에 왔으니 일본 술을 먹어줘야지. 140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했다고 하는 사케 호라이 조센이다. 사실 사케라는 말은 일본어로 그냥 술을 뜻하는 말인데 어느샌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청주를 부르는 말로 통용되는 것 같다. 사실 일본 청주의 정확학 명칭은 니혼슈라고 해야 맞다. 쇼추와 니혼슈의 차이는 증류주이나 발효주이냐의 차이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소주와 청주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날 고른 조센은 아주 좋은 재료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산물을 섞지 않고 만든 나름 1등급의 사케이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여러 음식과 다양하게 두루두루 어울리니 사케 입문자가 마시기에도 적합하다. 그렇지만 난 상선여수가 더 좋아. 사케의 향이 튀거나 거슬리는 것이 없고, 맛도 각지지 않고 무난하다.
• 토마토해물나베
메뉴를 보고 맛들이 엄청 궁금했는데 드디어 첫 번째 음식 토마토해물나베가 나왔다. 옹기로 된 넓적한 전골용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양이 전혀 일본스럽지 않아서 좋다. 홍합과 새우, 갑오징어 등 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토마토 베이스의 전골요리.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토마토의 상큼하고 달달한 맛과 청양고추의 매콤하고 개운한 맛이 아주 잘 어울렸다. 너무 맛있어!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건더기를 얼추 건져 먹고 면을 추가해서 먹으면 식사와 안주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이 국물만으로도 주당들은 소주 3병은 거뜬할 것 같은 맛이다.
• 갈치 파스타
이탈리안 비스트로에서 고등어 파스타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갈치로도 파스타를 만든다고? 너무 신선한 발상이라 시켰던 메뉴. 버터와 간장의 진한 풍미가 느껴지고 짭조름한 것이 중독성 있는 메뉴이다. 토마토해물나베처럼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입에서 자꾸 당기는 맛. 중간중간 보이는 애호박의 달콤함이 짠기를 덜어줘서 밸런스가 좋다. 구운 갈치를 얹어냈는데 뼈가 잘 발려져 있어서 통째로 들고 먹기 좋다. 갈치는 많이 비린 생선 중 하나라 갈치 낚시를 다녀오면 입었던 옷을 두 번은 세탁을 해야 냄새가 빠지는데 이 갈치 파스타는 전혀 비리지 않고 오히려 고소하다. 위에 뿌려진 어니언 플레이크까지 너무 섬세한 요리였다. 간장의 짠맛과 버터, 갈치의 고소함, 애호박과 양파의 단 맛이 하모니를 잘 이룬다. 역시 간장과 버터는 궁합이 잘 맞는 최고로 간단한 소스인 것 같다. (바로 전 포스팅 라갈비 스테이크에서 얘기했죠?^^)
• 고등어 봉초밥
고등어초밥은 참 맛있는 음식인데, 고등어의 비릿함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모락의 고등어 봉초밥은 토치로 불 맛을 입혀 확실하게 비린 맛을 잡아냈다. 나는 사실 토치를 쓰지 않은 고등어초밥을 더 좋아하지만, 이자카야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고등어초밥을 먹을 수 있다면 무조건 주문해야 한다고 본다. 와사비와 가리를 따로 주지만, 그 안에 이미 와사비와 가리가 들어 있어서 간장만 살짝 찍어도 충분히 맛있다. 모락에 가면 반드시 시켜야 할 메뉴 중에 하나이다. 특히나 고등어초밥이 비릴까봐 꺼려지는 분들은 여기서 시작해 보면 좋겠다. 불향까지 입어 고등어초밥 초심자도 마니아도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양이 좀 아쉽다.
• 크림치즈 고로케
어렸을 때부터 고로케를 참 좋아했는데 커서도 입맛은 변하지 않나 보다. 모락의 고로케는 이자카야에서 많이 보던 감자고로케나 게살고로케가 아닌 크림치즈 고로케이다. 고로케의 속살이 너무 궁금해 젓가락으로 갈라보니 진득한 크림치즈가 줄줄 흐른다. 고로케의 위에도 크림소스가 뿌려져 나오는데 상큼하고 달달한 맛. 여성들이 딱 좋아할 메뉴. 여친의 취향저격을 하고 싶은 분들은 센스 있게 하나 꼭 시키시길. 고소하고 달콤함의 극치. 치즈의 맛이 꼬릿 하게 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데이트로 모락을 방문하면 크림치즈고로케는 꼭 필요한 메뉴이다.
| 모락 총평
동네의 자그마한 술집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곳은 아니다. 음식의 수준이 웬만한 일본음식점 저리 가라이니 모락을 방문할 때는 식사를 하지 말고 가서 이것저것 시켜서 맛보기를 추천한다.
직접 가서 맛을 보니 친구가 왜 그렇게 추천을 했는지 200% 이해가 간다. 배가 불러서 더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암사동에서 최고로 맛있는 이자카야라고 자부하니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나도 다음에 가면 전복내장빠다야끼를 꼭 먹어보고 말 테다.
토마토해물나베와 고등어 봉초밥은 강력 추천메뉴!!!
-모락 외에 한잔 하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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