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라 독감이 또 유행하나 보다. 어젠 감기기운으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조차 힘들어서 포스팅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불금이 아닌가. 요즘 직장인들은 불목이라던데 불목엔 포스팅을 못했으니 불금에 어울릴만한 곳이라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지금도 웨이팅이 필수인 곳이라 정말 소문내고 싶지 않은 곳. 암사동의 '태양수산'이다. 하도 암사 맛집들을 소개하니 누가 보면 암사동 주민인 줄 알겠네. 내가 암사 주민은 아니지만 맛잘알 암사동 현지인이면서 터줏대감인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이다. 불금에 삼삼오오 모여서 맛있는 가성비 숙성회를 먹으며 한잔 두 잔 기울일 수 있는 곳 중에 탑 오브 탑이니 집중!!!
| 태양수산 정보
주소 : 서울 강동구 상암로 42
전화번호 : 02-429-5221
영업시간 : 화-일 16:00-22:00 매주 월요일 휴무
포장가능시간 12:30–21:00
주차 불가.
저녁시간에 맞춰가면 웨이팅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웨이팅이 있는 경우는 식사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2시간이면 1차로 식사를 하며 한 잔 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시간이다.
메뉴는 모듬회가 인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한데 코스로 나오는 회정식과 비슷한 스타일로 나온다. 스끼다시가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딱 제대로 먹을 것들만 나오니 오히려 좋다.
| 태양수산 음식
처음엔 알배추와 모둠채소, 양배추 샐러드, 전복죽이 나온다. 채소나 샐러드는 주인공이 아니니 과감히 사진도 패스!
모듬회 3인은 회접시가 2개에 해산물 한 가지, 그리고 초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리나 락교 등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주인공들만 소개하기로~ 초밥은 참치와 묵은지를 씻어 만든 초밥이었는데 그냥 그런 횟집에서 스끼다시로 나오는 맛. 하지만, 여기서 실망하기엔 섣부르다. 태양수산을 찾는 진짜 이유는 숙성회를 먹기 위해서니까. 사진 상단의 가운데 있는 전복은 오독오독 식감이 좋았다. 그날그날 들어오는 해산물에 따라 달리 나오는데 어느 날엔 해삼이, 어느 날엔 산낙지나 멍게가 나오기도 한다.
첫 번째 회접시. 숙성회라 그런지 빛깔부터가 다르다. 구성은 참돔, 껍닥도미(유비끼), 광어, 광어지느러미, 참치 가마살이 나왔다.
첫 점은 멋을 내지 않은 참돔에 와사비만 살짝 얹어서 간장에 콕 찍어 먹는다. 숙성이 잘 되어 부드러우면서도 도미의 찰진 식감이 살아있다. 참돔은 양식인 경우 돔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나는 편인데 잡내 하나 없는 걸 봐서 다른 생선은 몰라도 돔은 자연산이다. 유비끼한 껍닥도미는 식감을 더욱 살려냈으니 맛없을 리 없고. 아래 붙은 살은 부드럽고 꼬들꼬들한 도미껍질이 입 안을 재미있게 해 준다.
광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에 하나가 씻은 묵은지와 함께 먹는 것인데 묵은지를 잘 씻어내서 흰 살 생선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좋다. 처음에 이 궁합을 알았을 때 회를 왜 김치랑 먹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회에 질려갈 때쯤 한 번씩 먹어주면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이다. 어렸을 때 회전스시집에 가서 처음 먹어보고 퉤퉤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이런 맛도 이해하는 입맛이 되어가는건가.
엔가와는 말해 뭐 해. 숙성을 잘하니 바다 밑바닥에서 사는 놈이지만 흙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횟집에서는 보통 양식광어를 많이 쓰니 양식장은 바다와 환경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광어 같은 경우 숙성이 제대로 안되면 흙내가 나서 비위가 상할 수 있는데 아주 깔끔했다. 거기다 씹을 때마다 지느러미 살 사이사이에서 지방이 톡톡 터져주니 쫄깃하고 고소하고, 입 안이 난리가 났다. 회접시 가운데에 있는 것이 엔가와의 전부인데 맛있는 것은 조금 나온다고 한 번 투덜거려 준다.
참치도 일반 횟집이라면 눈다랑어나 황새치 뱃살정도만 써도 충분할 텐데 무려 참! 다! 랑! 어! 그것도 아까미(등살, 속살)가 아닌 가마살이 나왔다. 경우에 따라서 도로(뱃살)나 배꼽살을 줄 때도 있으니 그런 것이 걸리는 날은 복권사야 한다. ㅎㅎ 게다가 참치 위에 금가루 보소. 가성비 횟집 맞아?
태양수산 너무 좋아~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
두 번째 회접시. 양은 첫 접시보다 적지만 일단 화려하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접시라 하겠다. 고노와다 광어, 청어, 간장새우, 전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두 번째 접시의 주인공들이다.
고노와다는 해삼의 내장으로 신선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비릿해서 먹을 수가 없다. 태양수산의 고노와다는 신선 그 잡채! 쫄깃한 광어회를 와다에 무쳐 고소한 김가루와 깨까지 뿌렸으니 이 하나만으로 해산물 종합세트(생선+해물+해초)이다.
청어는 고급 스시야에서 오마카세나 먹을 때 한두 점 맛보는 게 다인데 이렇게 도톰하게 회로 준다고? 와~~~ 청어 맛이 미쳤다. 난 원래도 등 푸른 생선(히카리모노)을 좋아하지만 여기 청어는 비린 맛 일도 없다. 같이 간 일행이 고등어, 방어 같은 등 푸른 생선회를 비리다고 안 먹는데 태양수산 청어는 괜찮다고 먹는 걸 보면 하나도 비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속마음은 ‘평소같이 그냥 먹지 말지… 내가 한 점 더 먹게.’ 했지만 한 편으론 내가 데려간 곳에서 못 먹던 사람도 맛나게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청어가 이 날 나의 베스트. 청어만 왕창 먹고 싶었다.
간장새우는 모두가 아는 그 맛. 개인적으로 초밥이나 회를 먹을 때 간장새우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간장새우 간장게장은 나에게는 밥반찬.
마지막 전어회. 이제 막 전어철로 들어서서인지 제철에 맛게 전어회가 나와 주었다. 전어는 사실 깨끗한 물에 사는 생선은 아닌지라 회로 즐기지는 않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게 맛은 있다. 초장과 함께 나온 채소들을 곁들여 먹으면 전어회무침으로도 먹을 수 있다. 전어회는 세꼬시이기 때문에 꼭꼭 씹어 먹을 것.
보통은 고기숙주볶음이라 하면 간장베이스로 양념을 많이 하는데 이 집은 매콤하게 볶았다. 회가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심심한 맛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간장양념의 숙주볶음이었다면 물릴 수도 있는데 매콤하니 맛에 포인트가 되어서 좋은 듯했다. 맵찔이인 나한테는 상당히 매운 편. 밥 한 공기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돼지고기 숙주볶음과 매운탕이 나올 때 밥을 시켜 먹지 않은 것이 내심 아쉬웠다.
사진은 없지만 함께 나온 고등어구이. 고등어구이도 밥반찬인 양, 술안주인양 짭조름하게 나와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 서더리로 끓여 낸 매운탕이다. 적당히 칼칼하고, 시원하고 얼큰했다. 회의 상태가 너무 좋아서 1차 술을 마셨다면 먹었다면 볶음과 구이와 탕이 나온 뒤는 2차를 온 것 같은 기분. 매운탕까지 다 먹고 나면 모두가 일제히 ‘아~~~ 잘 먹었다!’가 절로 나온다.
| 총평
암사 주민이 아니면 주소 없이 찾아가기 어려운 곳. 아주 좁은 골목에 있는데 그 골목이 맛집 골목이라고 하니 태양수산을 갔다가 근처로 2차를 가도 좋을 것 같다.
태양수산은 웨이팅 때문에 큰맘 먹고 가게 되는데 내가 방문한 날 운 좋게도 시간이 6시 전이라 좀 일러서인지 웨이팅이 없어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해물 종류가 엄청나다거나 스끼다시가 여러 가지 나오지는 않지만, 인당 2만 원 남짓의 가격에 전복죽부터 숙성회, 해물, 볶음, 구이, 탕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저렴하다고 하여 결코 회 맛이 저렴하지 않다. 어느 횟집을 가면 쓸데없는 음식들로 가짓수만 채워 비싸게 받는데 태양수산은 맛에서 가격까지 만족스럽고 웨이팅이 있을 만큼 바쁜 가게지만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하다. 음식점을 찾아가는데 맛과 가격, 서비스가 모두 만족된다면 으뜸이지 않은가.
오늘 불금. 근처 계시는 분들은 태양수산에 얼른 가서 줄 서세요!!! 장담하건대 태양수산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번가면 또 가고 싶은 집. 태양수산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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