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에는 강남개포시장이라는 작은 시장이 하나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는 몇몇의 맛집들이 있는데 그중 나의 원픽 맛집 ‘강남초장’을 소개하려 한다.
개포시장은 전통적인 재래시장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현대적이지만 나름의 래트로한 매력이 있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다. 시장 안에는 서울 3대 떡볶이라는 유명한 분식집과 고깃집 등 맛집들이 즐비한데 오늘 소개할 ‘강남초장’은 막회 맛집이다.
여름이라 날 것을 먹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도저히 유혹을 떨치기 힘든 날이 더러 있다. 그럴 때면 그냥 먹고 마는데 딱 그런 날이었다. 더우니 새콤달콤 상큼한 음식만 생각나고 그러다 보니 떠오른 메뉴가 바로 막회. 생각이 나자마자 개포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강남초장
| 강남초장 정보
주소 : 서울 강남구 개포로 510 1층
전화번호 : 0507-1464-7987
영업시간 : 3:30-23:00 (22:50 라스트오더)
밤 11시까지라고 되어있지만 재료가 소진되어 일찍 닫는 날도 종종 있다.
주차 : 시장 공영주차장 이용
| 강남초장 전경 및 분위기
래트로한 포차느낌의 막회집이다. 회를 파는 곳이라 하여 수족관이 나와있고 환한 간판의 식당이 아니라 천막과 플라스틱 테이블이 늘어져 있는 아주 래트로한 장소이다. 보통의 횟집 분위기가 아니라 막회를 먹기에는 더욱 정겨운 분위기 같다. 웅성웅성 울리는 주변 테이블 말소리마저 술자리의 배경음악이 된다. 심지어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너무 친절하셔서 갈 때마다 기분 좋게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 앞 빨간 의자들은 대기하는 분들을 위한 배려이다. 내가 들어갈 때만 해도 대기가 꽉 찼었는데 가게 앞 전경을 다 먹고 나올 때 찍었더니 한산해졌다.
| 강남초장 메뉴
들어가는 입구 칠판에 그날그날의 회 종류가 쓰여 있다. 오늘의 회는 가자미 두 종류와 병어, 성대이다. 잡히는 생선에 따라서 나오는 회 종류가 달라진다.
자리에 앉으면 물과 접시 기본 찬을 내오며 운치 있는 쟁반 메뉴를 보여주신다. 막회 말고도 가리비숙회, 갑오징어, 백고동, 각종해물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가리비도 맛나고 특히 겨울에 오면 굴튀김이 별미인데 오늘은 오로지 막회를 먹으러 왔으니 둘이서도 막회 ‘대’ 사이즈를 주문한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멘보샤나 고로케, 튀김종류를 함께 시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 강남초장의 음식
막회를 주문했을 때 한상 모습이다. 쌈을 싸거나 곁들여 먹을 미역국, 깻잎, 김, 날치알, 꼬시래기, 쇠미역, 마늘, 고추, 콩가루, 수제 초고추장과 수제 막장이 함께 나온다. 막회는 특히나 장의 맛이 중요한데 이 집은 초장도 막장도 맛있다. 가운데는 오늘의 주인공 막회.
막회 대사이즈는 지금처럼 둥근 접시에, 중 사이즈는 타원형의 접시에 나오는데 회를 좋아하거나 남자 둘이면 중 사이즈는 모자랄 듯싶다. 내가 회를 좋아하는 이유도 한몫하겠지만 여자인 나도 갈 때마다 무조건 대 사이즈 주문이다. 중을 시키면 90%는 회추가를 하게 되니 애초에 대를 시켜 드시길 추천한다. 막회가 막 썰은 회라지만 아무렇게 볼품없이 나오지 않고 막회로 낼 수 있는 최고의 담음새로 서빙된다. 난 분명 래트로포차에 온 거 같은데 음식의 비주얼이 좋으니 무언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찍지 않은 채로 각각의 회를 꼭꼭 씹어본다. 막회라 세꼬시로 나오는 종류도 있으니 꼭꼭 씹어야 한다. 여름이라 병어가 나왔는데 역시나 나온 생선 중에 가장 고소하고 맛있다. 병어는 귀한 생선이고 병어회는 흔하지 않은데 이럴 때 실컷 먹고 가야지!
벽에는 친절하게 막회를 맛있게 먹는 법이 적혀있다. 나도 그렇고 단골들이 많은 가게인데 사진 아래쪽에 적혀있는 사장님 부심 완전 인정!
한 쌈 싸서 막회를 먹어봐야지. 깻잎 위에 김을 한 장 올리고 꼬시래기, 쇠미역, 채소들을 올린다. 그중 오이는 반드시 넣어야 맛있다. 그 위에 수제 초고추장을 살짝 올리고 날치알까지 얹어주면 안주 준비 완료! 잘 오므려서 먹으면 초장의 상큼한 맛 뒤에 생선의 고소한 맛 채소들의 상쾌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이 집 막회의 특징은 회를 아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대부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콤달콤한 초장과 아삭한 채소들이 생선의 비릿한 맛을 완전 감춰준다.
이제 벽에 적혀있는 대로도 먹어본다. 접시에 채소와 회를 덜고 초고추장을 뿌려서 비벼서 먹는다. 송어회를 먹는 방법과 비슷한데 비벼서 콩가루를 얹어 김에 싸 먹으면 고소한 맛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막회의 장점인 것 같다.
회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이 집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메뉴가 있다. 바로 바다라면. 바다라면은 각종 해물이 들어간 해물라면이다. 사진에 보이듯이 꽃게, 새우, 갑오징어, 홍합, 쇠미역까지 가득하고 어묵꼬치도 두 개나 들어있다. 라면이 12000원이라면 왜 이렇게 비싸? 할 수도 있지만 내용물과 맛을 보면 이해가 가는 가격이다. 새우도 비쩍 마른 냉동새우가 아닌 통통한 새우가 들어있고 오징어도 무려 갑오징어가 들어간다. 질길 것 같은 두툼한 오징어의 식감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다. 살짝 매콤한 맛이 회를 다 먹고 입가심하기 딱 좋은 메뉴이다. 입맛이 없다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너무 맛있는 식사를 해버렸다. 회와 라면까지 다 먹고 나니 뱃속에 빈자리가 남질 않았다.
이곳은 몇 년 전 전 친구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꼭 찾는 곳이기도 하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재료가 떨어지면 못 먹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더 알려지는 게 반갑지는 않지만 또, 나만 알고 있기도 아까운 곳이다.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은 가서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다. 게다가 손님이 참 많은데도 갈 때마다 만족을 한다. 손님이 많으면 간혹 부족한 점이 있다거나, 음식맛이 변한다거나, 불친절해진다거나 하는 가게들이 있는데 전혀 그런 점이 없다.
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개포동에 방문하게 되면 강남초장에서 약간 이른 저녁을 먹고 시장에서 꽈배기, 도너츠 등 간식을 사기도 하고 구경을 하며 한 바퀴 거닐면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다.
| 막회의 유래
막회는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잡힌 생선을 뼈째 마구 썰어서 고추장에 비벼먹은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생선을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먹는데 물을 넣어 말아먹으면 물회, 비벼 먹으면 막회가 되는 음식이다. 고된 뱃일 중에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음식이었던 물회와 막회가 해안마을의 일상식이 되고, 뱃일을 마친 어부들의 안주가 되었다가 오늘날에는 여러 지역 사람들에게 특식이 되었다.
2023.07.06 - [미식_place] - [맛집 추천-통영 맛집] 통영 다찌 대추나무 이모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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