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을골프를 즐기러 갔다가 캐디님의 소개로 가게 된 맛집 ‘우렁각시네’를 소개하려고 한다. 경기권 골프장은 종종 가니 주변의 맛집들을 꿰고 있지만, 충청도 맛집은 아직 나의 대동맛지도에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그러던 와중 친절한 캐디님이 강력추천해 주신 곳 우렁각시네! 그날 이후 대동맛지도 충청도 리스트 중 한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우렁각시네 정보
주소 : 충북 충주시 앙성면 가곡로 995-7
전화번호 : 043-856-9614
주차가능.
미리 전화예약을 하면 솥밥으로 변경가능.
가정집을 개조한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시골 할머니댁을 방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부도 입식 테이블이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다. 부부가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주인아주머니가 솜씨가 좋으신지 직접 요리를 하시고, 아저씨께서 서빙을 도맡아 하시는 곳. 친절하기도 해서 음식부터 분위기까지 딱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 우렁각시네 메뉴
우렁각시네는 전라도식 한정식 전문이라고 하는데 메뉴를 보면 일반 백반집이나 한식집과 비슷한 메뉴 구성이다. 한정식이라고 하여 격식을 갖춰 비싸게 파는 곳이 아니라 메인 음식과 여러 가지 찬들이 곁들여 나오는 전형적인 한식집. 메뉴판만 봤을 때 가격이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골 외진 곳이라는 점과 골프장 근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가격 정도이다.
우리는 운동을 하고 난 뒤이기도 했고 이른 아침 티오프였기에 조금 떨었기도 해서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고, 에너지 보충을 위한 고기반찬도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두부전골과 제육쌈정식. 정식메뉴를 주문하면 된짱찌개나 청국장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국물까지 함께 먹을 수 있다. 단, 전골을 함께 시키면 찌개는 안 준다고 하니 참고할 것. 사실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부분. 같은 돈을 내고 시키고, 오히려 비싼 전골메뉴까지 시켰는데 그냥 정식 먹는 사람들도 다 주는 찌개를 안 준다고? 그럼 그만큼 다른 음식으로 대체를 해 주던 가격을 빼줘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부모님 뻘 되는 분께 따지고 싶지도 않고 이미 국물메뉴를 시켰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사장님~ 줄 거면 다 주고 아님 다 주지 마세요~ 똑같이 시켰는데 안 주면 섭섭해요!!!😭
| 우렁각시네 음식
한정식 전문 식당답게 반찬이 여러 가지 나온다. 샐러드, 얼갈이김치, 총각김치, 단호박조림, 멸치볶음, 부침개, 가지나물, 깻잎지, 무장아찌, 양념게장까지. 메인 요리 없이 밑반찬으로만 밥 한 공기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찬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잘 나와서 흡족스러웠다. 반찬만 봐도 막걸리 한 잔 생각나는 밥상이었지만, 꾹 참기로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손님들이 많은지 이미 몇몇 테이블에 계시던 아저씨 손님들은 만취상태였다. 아마 그 시간이 오후 1시쯤이었다지? ㅎㅎ
게장은 칼칼 매콤해서 콧물을 흘리며 먹었다. 내 입맛에는 멸치볶음과 얼갈이김치가 특히 맛있었던 것 같다. 약간 매콤 달콤하게 멸치를 볶아냈는데 예전에 엄마가 밥에 얹어서 하나씩 김에 싸 주던 그런 맛이었다. 얼갈이는 젓갈을 많이 쓰지 않아 개운하고 시원한 맛. 김치, 게장 등 모든 반찬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드신다는 데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남자 사장님이 어찌나 자랑을 하시던지…. ㅋㅋ
두부전골은 냄비애 담겨 끓이면서 먹을 수 있도록 서빙이 된다. 얼핏 보아도 두부, 떡, 당면, 버섯, 배추 등 건더기가 푸짐하다. 매콤한 맛이 나는 반찬들이 많은 걸 보니 주인장 내외분이 매콤한 걸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두부전골도 당연히 맵겠지.
보글보글 전골이 끓어올라 개인 그릇에 덜어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와 목이버섯, 두부 위주로 덜었다. 국물맛을 보니 살짝 매콤하긴 한데 내가 워낙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보통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달거나 짜지 않고, 많이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오전에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오들오들 떨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슴슴하니 좋아서 연신 국물을 퍼 먹었다. 숟가락에 밥을 퍼서 국물에 살짝 적셔서도 먹고, 간이 밴 당면도 호로록. 버섯과 배추는 전골에서 가장 맛있는 건더기들이니 아낌없이 팍팍 먹어 주었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이 집 최고는 쌀밥. 전기밥솥에 한 밥이 아닌 압력밥솥 밥같은 식감이었고, 쌀이 얼마나 좋은지 윤기가 반지르르... 씹을 때마다 쫄깃쫄깃 찰기가 느껴져서 밥만 먹어도 맛있었다.
제육쌈정식은 쌈채소와 제육볶음이 나오는데 사진을 줌으로 찍어서 크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바닥크기만 한 철판그릇이다. 맛은 있었는데 역시나 매웠다. 그래도 크게 달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다. 캐디님이 콕 집어 제육을 추천해 주셨는데 이해가 가는 맛. 질척저리거나 너무 달아 물리지 않고, 매콤하고 오히려 담백한 듯한 맛의 제육볶음이었다. 전골을 시켰다고 찌개를 안 준 것만 빼면 100점 만점이었을 텐데…
| 총평
모든 음식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해서 진짜 엄마집에 가서 집밥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다른 테이블들을 보니 고등어구이를 많이 먹던데 크기가 통통한 것이 실해 보였다. 다음에 충주 쪽 라운딩이 잡혀서 또 오게 되면 생선구이를 먹어봐야지.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미리 연락해서 솥밥으로 주문하면 식사 후 누룽지와 숭늉까지 즐길 수 있으니 제대로 한정식을 먹는 기분이 날 것 같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맛있는 곳. 근처 라운딩을 가시거나 충주에 사시는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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