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상낚시를 가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선상낚시를 다녀왔어요. 여름 내내 배낚시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일 때문에 못 가고, 쉬는 날이면 태풍이다 비다 뭐다 해서 기상이 받쳐주질 않아서 못 가다가 드디어 시간도 나고, 날씨까지 도와주어 배를 탈 수 있었네요. 더군다나 오염수 방류 때문에 수산물의 실정이 어찌 될지 모르니 아직 괜찮은 지금 많이 잡아서 냉동실에 쟁여 놓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어요. 나중에 생선이 귀해질지도 모르니 생선재테크 하는 마음인 거죠.
저는 낚시라 하면 전국 팔도를 가리지 않고 다니는데요, 이번에는 다닌 지 5-6년 된 강릉항의 단골 선장님 배를 탔습니다. 강릉 쪽 동해바다에는 이맘때부터 회유성 어종인 고등어와 삼치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탐사차 방문을 했지요. 탐사를 나가면 회유성 어종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알아보기도 하지만 잘 잡히는 다른 고기를 잡을 수도 있거든요. 다잡아낚시인 거죠. 평소 대상어종이 분명한 낚시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활낚시도 참 좋아요. 이 날은 고등어와 삼치 탐사 겸 요즘 동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는 대구를 잡기로 했답니다.
| 대구 배낚시
동해에서 낚시를 하면 좋은 점은 일출을 신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새벽에 배를 타고 나가 일출을 보며 오늘 용왕님이 고기를 많이 안겨주기를 뜨는 해님에게 빌기도 하죠. ㅎㅎ
한가한 시간도 잠시,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분주히 낚시를 합니다. 고등어는 탐사만 할 거라 대구채비를 하고 열심히 했더랬어요. 대구는 300-400g 봉메탈에 대구가 먹이로 착각할 수 있도록 꼴뚜기바늘 두 개를 달아 지그낚시로 잡았어요. 300-400g이라 하면 일상에서는 가벼운 무게이지만 낚싯대에 달아 바다밑으로 가라앉히면 물의 저항 때문에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무거워요. 특히나 대구는 심해어종이기 때문에 100미터 이상을 끌어올려야 해서 전동릴을 쓰기는 하지만 대구를 꼬시려면 고패질을 계속해줘야 해서 저처럼 체구가 작은 여자들은 너무 힘들어요. 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줘야 조과가 좋으니 고패질 포기할 수 없어요. (고패질은 낚시할 때 낚싯대를 위아래로 움직여서 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액션을 말해요.)
그렇게 한 시간여 고패질을 하니 그때부터 피딩타임이었나 봐요. 팔뚝만 한 대구부터 빵(몸통)이 제 얼굴보다도 큰 대구까지 정신없이 나와주었답니다. 팔에 감각이 없도록 열심히 잡았으니 너희들로 몸보신을 해야겠다!
6시간 동안 정말 혼신을 다해 낚시한 결과물이에요. 많이 잡았죠? 낚시를 마치고 항구에 내렸을 때 팔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니고 내정신도 나의 것이 아닌 상태였달까요?
갓 잡은 대구를 최대한 신선하게 서울까지 가져오기 위해 항구에서 손질을 해 주었어요. 내장과 피가 찬 채로 생선을 오래 두면 선도가 떨어지게 돼요. 비늘을 치고 배를 갈라 다른 내장은 제거하고 맛있는 간과 곤이(사실은 이리가 맞는 표현이에요. 수컷물고기의 정소이죠. 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니 곤이라고 써두었어요.)만 따로 분리해서 바닷물로 살살 씻었어요. 탕에 넣을 대구는 머리가 들어가야 맛있으니 몇 마리는 머리는 살린 채 아가미를 제거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느러미와 머리, 내장을 제거하고 바닷물로 피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면 손질 완료입니다. 생선은 금방 먹을 것이 아니라면 민물에 닿지 않는 것이 좋아요. 바닷물로 손질을 하고 먹기 직전에 민물로 씻어주어야 선도가 유지되고 맛도 좋답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스팩을 쿨러에 가득 채워 가져오면 신선한 대구회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선도가 유지돼요.
| 직접 잡은 대구로 만든 요리들
낚시와 손질을 모두 마치고 함께 낚시를 한 친구의 집에서 실력발휘 제대로 해봤어요. 대구회와 대구전, 대구지리(맑은탕)로 한 상 가득 차려봤습니다. 대구회는 생소하실 텐데 흰살생선의 담백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맛이에요. 광어나 우럭처럼 쫄깃하다기보다 적당히 찰기가 있으면서 부드럽고 마치 다시마로 숙성을 한 것처럼 감칠맛이 났어요. 대구는 살이 통통하니 전은 말할 것도 없고 시원 칼칼한 지리탕까지. 고된 배낚시로 근육통이 말이 아녔는데 몸보신 제대로 했네요.
대구전과 대구지리는 저만의 비법이 있으니 내일부터 차차 레시피 올려드리도록 할게요. 워낙 낚시에 진심인지라 이틀 동안 블로그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진을 빼서 레시피 정리를 아직 못했어요. 내일부터 내잡내먹(내가 잡아서 내가 먹는다) 레시피 기대해 주세요~
| 대구 지깅낚시
대구는 50m 이상의 심해에서 사는 어종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선상낚시를 하는 것이 유리해요. 가까운 바다는 수심이 얕기 때문이에요.
대구는 보통 지깅으로 잡아요. 지깅은 지그를 쓰는 루어낚시를 말하는데 지그는 금속으로 만든 가짜 미끼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대구는 작은 생선이나 새우, 두족류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사는데 그래서 루어낚싯대나 지깅낚싯대에 지그로 작은 생선을 닮은 메탈을 쓰거나 수심이 100m 이상으로 깊을 경우 무거운 봉메탈에 대구가 좋아하는 꼴뚜기를 닮은 가짜미끼가 달려있는 낚싯바늘을 달아 잡기도 한답니다. 또, 수심이 깊기 때문에 전동릴을 쓰는 것이 편리하죠. 베이트릴이나 장구통릴로 잡는 사람도 본 적 있지만 한 마리를 잡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그다음낚시는 꽝을 치게 되니 대여를 해서라도 전동릴을 쓰는 것이 좋아요.
대구 지깅을 할 때 선상에서 채비를 수직으로 내려 고패질을 해 주는데 이런 낚시를 버티컬 지깅이라고 해요. 채비를 배 밑으로 내려 바닥을 확인하고 1m 정도만 감아올려 채비가 바닥에 걸려 터지는 것을 방지하고, 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으로 위아래로 낚싯대를 움직여 줍니다. 대구는 움직임이 많은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꼭 바닥을 확인하고 그 부근에서 고패질을 해줘야 좋은 조과를 보실 수 있어요. 또, 대구는 암초나 어초 등이 있는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꼭 바닥에서 살짝 채비를 띄워줘야 터지지 않아요. 바닥에 그대로 내버려 두면 대구가 아닌 지구를 낚을 수 있습니다.
고패질을 하다 보면 ‘투둑’하는 느낌과 함께 낚싯대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대구 입질이에요. 입질이 강한 고기가 아니어서 입질이 오면 잠시 기다렸다가 챔질을 살짝 해주고 릴을 감아줍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대구는 입이 크지만 약하기 때문에 챔질을 강하게 하면 터지기 쉽고, 릴링을 할 때도 전동릴의 속도를 너무 빠르지 않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아요. 또, 무거운 생선이라 드렉을 너무 잠그기보다는 살짝 풀어 낚싯대가 터지는 것을 방지해 주셔야 해요.
제가 알려드린 대로 하면 100% 대구낚시 성공하실 수 있어요~ 가끔 낚시를 하고,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맛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 정말 힐링이 되니 여러분들도 시간 여유가 되실 때 꼭 경험해 보세요~
*** 혹시나 제 포스팅을 보시고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탄 낚싯배 소개해드릴게요. 강릉의 월광마린호입니다. 밴드에서 월광마린호 검색해 보세요~ 쪽지나 비댓 주시면 자세하게 답글 드려요~광고, 홍보 전혀 아닌 내돈내산 경험입니다^^
*** 대구로 해먹은 음식 레시피만 올리려고 했지만, 직접 잡아서 요리해 먹는 즐거움도 구독자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점점 선선해져서 낚시하기도 참 좋죠. 가을골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데 가을낚시도 그마만큼의 매력이 있답니다. 요즘에는 낚싯배들이 많으니 여러분들도 체험낚시라도 가셔서 재미있는 경험도 하시고 맛있는 음식도 해 드시길 바라요!
-직접 낚시로 잡은 고기로 만든 요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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