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식이 뜸했지요. 지난주부터 글을 쓰려고 그동안 찍어 두었던 사진을 편집하고 문장을 떠올리려 해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진심으로 저와 소통하시는 몇몇 블로거 님들께도 답장도 해 드리고 방문도 해야 하는데 제 마음이 온전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푸드블로거는 잠시 내려두고 저의 요즘 얘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저의 아빠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투병 중이십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다행히 주변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셨어요. 중환자실과 입원실…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가며 긴 시간 병원생활을 하셨어요. 더불어 저와 엄마는 번갈아가며 병원에서 지내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더 이상 뇌출혈을 위한 치료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왼쪽 편마비를 가진 채 퇴원하시게 되었어요. 주변에서는 요양병원에 모셔라 간병사에게 맡겨라 등 말이 많았지만 저와 엄마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상으로 계신 아빠를 돌보았습니다. 사실 엄마가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와상으로 계신 아빠와 20년을 지내며 투닥거리기도 하고, 안쓰럽게 여기기도 하고, 미워할 때도 많았지만 버텨주는 아빠가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했어요. 힘든 엄마를 볼 때면 요양시설에 모셔야 하나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났지만, 엄마가 지극정성으로 아빠를 돌보시는데 제가 감히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낼 수가 없었죠.
작년 가을이었을까요? 이제는 아빠가 많이 쇠약해지셨는지 폐렴으로 고생하시는 날이 많아졌어요. 점점 응급실에 가야 하는 빈도가 늘고, 입원생활이 다시금 반복되었죠. 뜬 눈으로 응급실 침대 옆 플라스틱 의자에서 밤을 새우는 일은 허다했습니다. 그렇게 병원과 집을 오가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 의사가 말하길, 치료가 불가피하고,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정말 위험하니 이제 집에서 더는 아빠를 간병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급병원에서 장기 입원은 어려우니 치료가 가능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아빠가 편찮으신 뒤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일인데 여기저기 알아보며 아빠를 석 달 전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면회가 되어 꼬박꼬박 엄마와 함께 아빠를 만나러 갔고, 석 달 중에도 어느 날은 폐렴이 낫기도 하고, 어느 날은 폐렴이 다시 찾아오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2주 전쯤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CRE라는 항생제내성균에 감염이 되었다고.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격리치료를 받기를 열흘즈음 지났을까요? 이제는 콧줄로도 식사가 아예 어려워 영양제로 연명을 하시고, 각종 검사에 주사에… 어제 또다시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호흡이 가쁘고, 열이 나고 혈뇨가 나오는 등 아빠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직 못 본 가족들이 있으면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면회날은 아니지만 의사가 아빠를 만나게 해 준다 하여 전화를 받고 엄마를 모시고 정신없이 아빠를 보러 갔어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굵은 고농도 산소관을 끼고 영양제와 주삿바늘이 꽂힌 채로 헐떡헐떡 넘어가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아빠를 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열 때문에 몸 여기저기에는 얼음주머니가 놓여 얇은 이불 아래로 두 손을 꼭 모으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차라리 비몽사몽이라면 잘 모를 텐데 나흘 이상을 굶고 영양제만으로 버티면서도 정신은 온전하여 아빠가 더 고통스러우실 것 같아요. 뭔가 얘기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아 소통이 안되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우실까요? 치료 때문에 당장 집으로 모시고 오지도 못하는데 가족들이 함께 있어주지 못하니 죄송스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제가 울면 아빠가 놀랄까봐 흐르는 눈물을 몰래몰래 훔쳐댔습니다.
외로운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서 집에 모시고 오자면 당장 패혈증 쇼크가 올 수도 있어서 손도 못쓰고 아빠를 보내드려야 할지도 모르고, 상급병원에 모시고 가면 삽관을 하는 등 환자가 견디기 고통스러운 치료를 하며 연명을 시킨다고 하니 무조건 모시고 갈 수도 없습니다. 지금 병원에 계시면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제한적이지요… 어떻게 하는 것이 아빠를 위한 길인지 도무지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전 아빠를 위해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 걸까요? 아빠는 어떤 걸 원하실까요…
정신을 차리고 현명하게 아빠를 위한 길을 찾고 싶은데 너무 어렵네요…
저와 찐으로 소통하고 계셨던 이웃분들, 제가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찾아갈게요. 많지 않은 구독자이지만,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아 궁금해하셨을 분들을 생각하며, 답답한 마음에 저의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당분간은 블로그 활동이 어렵지만, 아빠의
지금 상황이 긴 싸움이 된다면 하루빨리 씩씩하게 마음먹고 맛있는 글로 돌아올게요~
아빠를 위해 기도, 응원해 주세요….🙏🏻
카테고리 없음
투병중인 아빠의 이야기
반응형
반응형